죽음이 벼랑 끝에 기다리는데 - 20.4월 둘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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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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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벼랑 끝에 기다리는데
 
안빈낙도라는 말이 있다.
어렵고 가난한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긴다는 뜻이다.
안빈낙도라는 말은 물질적 풍요와는 거리가 있는 정신적 차원의 행복감인데
어쩌면 이런 행복은 부자인 사람들로서는 영영 누리기 어려운 것일지 모른다.
 
돈과 물질이 많으면 때로는 살기에 편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행복을 안겨주지는 못한다.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그리 길지도 않은 인생을 그것도 단 한 번 살고 가는데,
그렇게 아등바등 여유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철저한 생존경쟁의 삶 뒤에는 죽음이 벼랑 끝에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18세기 후반 조선 정조 때 사재를 바쳐 이웃의 재난 극복을 도왔던 만덕이라는 기녀 출신의 상인이 있었다.
그는 원래 양가 태생이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한 늙은 기녀에게 맡겨져 기적에 올랐던 것인데
딱한 사정을 관가에서 알고 기적에서 삭제해 주었다.
이후 만덕은 제주도 특산물, 녹용, 해산물 등을 육지에 팔고
전라도에서 쌀, 무명 등을 들여다 팔아 많은 재산을 모으게 되었다.
 
정조 18년(1794년) 가을에 태풍이 제주도를 강타하여 들판을 황폐화시켰다.
제주도는 기아와 기근에 시달리게 되었는데
이 때 만덕은 억척스레 모은 돈을 가지고 양식을 사서 제주에 보냈다.
굶주림에 허덕이던 사람들이 만덕이가 우리를 살렸다고 감사의 눈물을 흘렸으니
이 큰 선행을 궁궐에 있는 정조 임금이 알고 사람을 보내 소원을 물었다.
그 때 만덕은 “천한 백성의 소원은 죽기 전에 성상께서 사시는 궁궐 구경 한 번 하고, 금강산이나 구경했으면 합니다”라고 했다.
원래 돈이라는 것은 움켜 쥐고 모으기만 해서는 생명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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