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없어질 머리 타래
지난 1983년 공직자윤리법이 제정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37년째다.
정치인들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대에 이르는 재산을 모았다는 기사들로
많은 국민이 박탈감과 불쾌감을 나타냈다.
본인 외에 가족 이름으로 뚜렷한 연고도 없는 제주도, 서해안 투기지역 등의 땅을 대규모로 사들이는가 하면,
생후 3개월 된 아기나 미성년자인 자녀와 손자의 이름으로 땅을 매입하거나 주택을 상속하는 등의 수법을 쓰기까지 했다.
중국 총리를 지낸 주은래의 아내이기도 했던 등영초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국원이었는데,
죽기 전까지 정치협상회의 주석직을 역임한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이었다.
그가 죽으며 남긴 유서는 중국의 당 지도부나 한국의 지도자들에게도 큰 교훈과 충격을 남겼다.
유서 내용을 간추려 보면, 유체는 화장하여 산천에 뿌리고,
장례나 추도회는 일절 치르지 말고,
살고 있는 집은 국유이니 기념관이나 주은래가 살던 집이라 하여 보존하지 말고 인민에게 돌려줄 것이며,
시집, 친척이나 혈족이라 하여 조직 원칙이나 규율에 벗어난 배려를 하는 것은 주은래나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이런 유서를 남긴 등영초는 자신의 주검마저 공익을 위해 해부용으로 바치겠다는 의식과 정실 배제의 정신 등에 또 한 번 놀라게 했었다.
중국 시인 소동파는 명성만큼 잘 살지 못했던지 귀한 손님이 오면, 그의 부인이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 술상을 차리곤 했는데 “죽으면 없어질 머리 타래를 지니고 죽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