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 빚을 사랑으로 갚아가며 살자
한 나그네가 깊은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간신히 건넜습니다.
숨을 고르며 반대편에 오른 그는, 잠시 뒤 다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한 다리 쪽으로 조용히 되돌아갔습니다.
그는 낡고 부서진 밧줄을 단단히 동여매고, 삭은 판자를 새로 고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위험한 틈은 꼼꼼히 메우고, 미끄러운 판재 위에는 손수 나뭇가지를 얹어 발 디딜곳을 마련했습니다.
온몸은 땀으로 젖고, 거친 나무에 긁힌 손끝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의 노고 끝에 마침내 다리는 다시 사람을 건널 수 있는 모습으로 서 있었습 니다.
나그네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서쪽 하늘은 붉게 타오르고, 계곡 위로는 잔잔한 빛이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그때 멀리서 젊은 청년이 걸어왔습니다.
그는 다리를 씩씩하게 건넜고, 나그네의 손 에 피가 묻은 것을 보며 그 나그네가 다리를 수리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어르신 덕분에 이렇게 안전하게 건너네요.
그런데 누군가가 할 텐데 왜 혼자 이렇게 고생하셨어요?”
나그네는 지팡이에 몸을 기대며 잠시 숨을 고른 뒤, 잔잔한 미소로 대답했습니다.
“누군가가 만든 이 다리 덕분에 나도 잘 건넜는데, 내가 받은 이 은혜를 갚는 길은 다른 누군가도 안전하게 건너갈 수 있도록 조금 수고를 하는 것이라네.”
그 말에 젊은 청년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따뜻한 바람 한 줄기를 느꼈습니다.
그 바람은 마치 이렇게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사랑의 빚은, 내가 지나온 길 위에 다른 이가 건너갈 수 있는 다리를 놓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께 영광의 빚을 진 존재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빚졌을 뿐 아니라, 서로에게 사랑의 빚을 진 사람들입니다.
오늘 우리가 평안히 숨 쉬고,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흘린 누군가의 땀과 눈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수고와 헌신 위에 우리의 하루가 세워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셨습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먼 저 사랑하셨기에, 우리는 그 사랑을 갚는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해야 합니다.
교회가 병드는 이유는“내가 빚진 자”라는 마음이 아니라 “상대가 나에게 빚졌다” 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빚을 진 자로 살면 공동체는 회복되고, 영성이 자라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에 빚진 자입니다. 그것은 곧 복음의 빚입니다.
예수님을 아는 기쁨을 세상과 나누지 않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빚을 갚지 않은 자로 남게 됩니다.
복음의 빚은 단순히 전도의 의무가 아니라 주님이 우리에게 먼저 주신 사랑의 연장선 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에 빚진 자로서, 서로 사랑의 빚을 지고, 세상에는 복음의 빚을 지며 살아갈 때 우리는 점점 더 온전한 제자, 온전한 사랑의 사람으로 빚어져 갑니다.
온전함은 완벽함이 아니라 빚을 기억하는 마음입니다.
오늘도 그 빚을 사랑으로 갚아가며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