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마을
1991년 강원도 원주에서 ‘소쩍새 마을 사건’이 일어났다.
전과 8범의 승려 일력이란 사람이 부랑자 보호시설을 운영하면서 받은
일백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횡령하여 도박과 유흥에 써버리는 한편,
수용시설의 소녀들을 추행하고 정신질환자는 아무 곳에나 내버리는 등 악행을 저지른 것이 드러난 사건이다.
그는 비닐하우스를 지어놓고 고달픈 인생들과 고락을 같이하는 헌신적 보살의 도를 실천하는
자비의 사람으로 행세했다.
일력 승려는 매스컴에 출연하여 닷새에 쌀 한 가마니가 동나는데 운영이 어렵다며
엄살을 떨어 동정을 사 수많은 시청자로부터 후원을 받게 되었다.
결국 그의 비행은 언론에 폭로되었고, 그는 중국 연변으로 도망쳤지만,
은신처를 찾지 못하다 결국 자진 귀국하여 구속되었다.
1980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바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반 평생을 사회사업에 몸 바쳐 왔다는 이른바 ‘부랑아들의 대부’가 있었다.
그는 부랑아들을 미끼로 삼아 부를 축적했고,
시설의 부랑아들에게 가혹행위와 강제노역을 일삼아 사람을 죽게까지 했다.
그는 부랑아들을 이용해 수십억원 대의 재산을 모으고도 집 한 채 없는 것처럼 사람들을 속였다.
매스컴에서는 그를 희생적 봉사를 실천하는 인간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어떤 종교 잡지는 그를 주리고 목마른 이들과 함께하는 주님의 종이라고 격찬했으며,
나라에서는 국민훈장 동백장까지 수여했었다.
겉모습만 보아서는 그 사람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겉으로만 보이는 위선은 세상과 주님 앞에 결국 드러나게 된다.
겉모습만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우를 버리는 한편,
나 자신에게는 그러한 위선이 없는지 살펴보는 지혜와 자각이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