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녹이는 온풍기
추운 날씨가 계속되니 세상이 다 움츠러드는 것 같다.
겨울에는 추워야 한다고 하던 사람들도 춥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다.
날씨는 추워도 우리들의 마음만은 추워지지 말아야 하겠다.
마음이 춥지 않은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헝가리에 리스트라는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그가 어느 시골 마을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그곳에 도착해보니 마침 마을의 극장에서
음악회가 열린다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포스터를 살펴보니, 음악회를 하는 여자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제자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러나 리스트는 그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의 이름을 빙자한 것이다.
리스트는 언짢은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곧 그 마을에 리스트가 왔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소문을 듣자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그날 연주회를 가지기로 한 피아니스트였다.
사실 그녀는 무명 피아니스트로서, 병든 아버지와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연주를 하곤 했는데,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유명한 리스트의 제자라고 거짓으로 선전한 것었다.
결국 그녀는 리스트를 찾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형편과 사정을 다 말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당장 연주회를 중지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리스트는 그녀를 호텔로 데리고 가서 피아노 앞에 앉혔고, 그녀에게 피아노를 쳐보게 했다.
한참 동안 그녀의 연주를 들은 리스트는 그녀의 연주법에 대한 주의를 주고는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주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지금 당신에게 피아노를 가르쳤소. 이로써 당신은 내 제자가 되었고, 리스트의 제자로서 오늘밤의 연주회를 열 수 있으니 안심하시오.”
그 무명 피아니스트는 리스트의 배려로 연주회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날씨가 추운 것보다 마음이 추운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서로의 마음들이 추워서 다른 사람에게 열리지 못하고 자신에게로만 움츠러들고 있다.
굳게 닫아 안에서 잠겨버린 아파트 문만큼이나 마음의 문을 닫아놓고는 춥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내 입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말 한 마디는 꽁꽁 얼어붙은 인간관계를 녹이는 온기가 아닐까?
남을 배려하고 베푸는 마음, 그것은 영하의 날씨도 녹일 수 있는 힘이 있다.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온풍기와 같은 성도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