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아브람이 애굽에서 그와 그의 아내와 모든 소유와 롯과 함께 네게브로 올라가니
아브람에게 가축과 은과 금이 풍부하였더라 그가 네게브에서부터 길을 떠나 벧엘에 이르며 벧엘과 아이 사이 곧 전에 장막 쳤던 곳에 이르니 그가 처음으로 제단을 쌓은 곳이라 그가 거기서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창 13:1-4)
아브람이 애굽에서 가지고 온 풍부한 가축과 은금은 단순히 개인의 자산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방 땅에서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를 목격하게 한 선교적 증거물들입니다. 아브람은 이 '무거운(풍부한)' 재물들을 가지고 다시 제단을 쌓습니다. 이는 세상의 자원이 하나님의 백성의 손에 들려질 때, 어떻게 거룩한 예배의 도구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성경적 문화 변혁의 한 단면입니다.
본문 2절의 풍요와 4절의 예배는 문학적으로 샌드위치 구조를 이룹니다. 아브람은 부자가 된 후에 자신의 왕국을 세우지 않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예배 공동체를 재건했습니다. 히브리어 원문은 그가 '처음 제단을 쌓았던 곳'에 이르렀음을 강조하며, 그의 소유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신앙의 근본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부유함이 예배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감사의 제목이 되게 한 것입니다.
아브람의 재물 중 상당수는 바로가 준 '하사품'이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왕의 선물을 받는 것은 그 왕의 권위 아래 종속됨을 뜻했습니다. 그러나 아브람은 그 재물들을 가지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 재물의 진정한 주권자가 바로가 아닌 여호와임을 선언했습니다. 이는 세상의 권력을 영적인 권세 아래 복속시키는 거룩한 탈취(Spoliation)의 영성입니다.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성막을 지을 때 애굽에서 가지고 나온 금과 은을 드렸습니다. 그들에게 아브람의 이야기는 "세상의 재물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준비된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아브람이 부유한 상태로 예배를 회복한 것처럼, 이스라엘도 광야의 결핍 속에서 세상의 재물을 거룩한 성소의 기구로 바꾸는 특권을 부여받았음을 깨닫게 했습니다.
자본주의의 거센 물결 속에서 성도는 돈의 위력에 압도당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아브람은 재물에 휘둘리지 않고 재물을 제단 앞에 가져왔습니다. 현대 성도의 사명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자원을 어떻게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는 선교적 도구로 변환시킬 것인가에 있습니다. 우리의 지갑이 회개하고 우리의 재산이 제단 위에 놓일 때, 진정한 영적 회복이 완성됩니다.
2절의 부요함은 롯과의 갈등(5-7절)을 해결하기 위한 '양보의 자원'이 됩니다. 아브람은 자신이 부유해졌기에 롯에게 좋은 땅을 먼저 선택하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즉, 예배를 통해 소유욕을 극복한 성도만이 세상 앞에 넉넉한 양보와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예배는 우리를 인색한 소유자에서 넉넉한 유통자로 변화시킵니다.
개혁주의 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가 '내 것이다!'라고 외치지 않는 영역은 한 치도 없다"고 했습니다. 아브람의 은과 금 위에도 하나님의 주권이 선포되었습니다. 재물은 세속의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니라, 제단 위에서 하나님께 드려질 때 비로소 그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모든 만물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생명까지도 하나님께 향기로운 제물로 드림으로써, 참된 드림의 본을 보이셨습니다. 아브람이 얻은 은금은 장차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가 누릴 하늘의 신령한 복의 그림자입니다. 우리는 이제 세상의 금은보다 더 귀한 보배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소유한 자들로서, 세상의 모든 것을 주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부요함을 누립니다.
아브람의 재물이 제단으로 연결되는 서사는 성막 제조(출애굽기), 성전 건축(열왕기), 그리고 열방의 보화가 예루살렘으로 몰려오는 선지서들의 예언으로 확장됩니다. 정경적으로 부(富)는 언제나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성소를 아름답게 하고 하나님의 통치를 선포하는 도구로 정렬되어야 함을 본문은 가르쳐 줍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가축과 은금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우리의 안락을 위한 성벽입니까, 아니면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기 위한 제물의 재료입니까? 아브람처럼 우리의 풍요함을 벧엘의 제단 앞으로 가져오십시오. 그때 비로소 우리의 부유함은 세상을 치유하고 주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거룩한 능력이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한 날, 우리에게 주어진 재물을 선용하며 베풀고 나눔으로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복된 날이 될 수 있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묵상 질문]
1] 아브람이 애굽 왕 바로에게 받은 하사품을 여호와의 제단으로 가져온 행위가 지니는 '신앙적 주권 선포'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2] 소유의 넉넉함이 롯과의 갈등에서 '양보'의 근거가 되었던 것처럼, 하나님의 복이 우리 삶에서 어떻게 사회적 덕으로 승화되어야 하는지 묵상해 보십시오.
[적용 질문]
1] 당신이 소유한 물질, 시간, 재능 중 아직 '제단' 위로 가져오지 못한 영역은 무엇입니까? 그것을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사용하기로 오늘 어떻게 결단하시겠습니까?
2] 세상이 주는 보상과 칭찬을 하나님의 주권 아래로 복속시키기 위해, 오늘 당신의 일터나 가정에서 실천해야 할 예배적 행위는 무엇입니까?
[묵상 기도]
만유의 주인이신 하나님, 제 손에 쥐여주신 모든 것이 주님의 선물임을 고백합니다. 세상이 주는 유익에 마음을 뺏기지 않게 하시고, 그 모든 자원을 주님의 이름을 높이는 제단 위에 올려놓게 하여 주옵소서. 저를 소유의 노예가 아닌 은혜의 유통자로 삼으셔서, 제가 가진 모든 것으로 주님의 나라를 아름답게 세워가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