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은 심판이 아니라 영광의 통로다
손창남 선교사가 인도네시아에서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2006년 여름, 저는 한국에서 온 20명의 사역자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로 떠나는 사역 여정의 인솔을 맡고 있었습니다.
일정 중간, 발리에서 하루를 묵은 후 비행기를 타고 족자로 이동할 계획이었습니다.
목요일 아침, 발리의 햇살은 뜨겁고도 아름다웠고, 사역자들은 여유롭게 해변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팀에서 연세가 지긋하신 한국 할머니를 모시고 왔습니다.
그분은 다른 할머니 세 분과 함께 왔는데 아침 일찍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촬영지를 보러 나갔다가 길을 잃으신 것입니다.
저는 인솔자로서 할머니보다 족자행 비행기가 중요했기에 할머니를 놔두고 가려니, 할머니가 제 팔을 잡고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할머니를 모시고 족자로 같이 가면 유괴가 되고, 할머니를 놓고 가면 유기가 되는 곤란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출발 시간은 다가오고, 자카르타행 비행기는 오후 1시였습니다.
20명의 사역자들이 저를 바라보고 있고, 족자에서는 현지 교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20명의 팀들을 족자로 먼저 보내고, 저는 할머니의 호텔을 찾아드리기로 했습니다.
할머니는 호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계셨고, “북쪽에서 왔다”고만 말씀하셨습니다.
북쪽 해안을 따라, 모든 호텔을 다 찾아다녔습니다.
“혹시 호텔에 수영장이 있었나요?” “응, 있었던 것 같아.”“경비원이 있었나요?” “응, 있었어.”
하지만 문제는… 발리의 거의 모든 호텔이 수영장이 있고, 경비원이 있으며, 북쪽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헤매던 중, 할머니가 문득 한 마디를 하셨습니다.
“내가 잤던 곳은 방갈로였어. 약간 별장처럼 생긴 거.”
그 말에 희망의 불씨가 생겼습니다.
발리 전체에 방갈로식 숙소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가이드에게 도움을 청해 방갈로가 있는 호텔 리스트를 받아 하나씩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호텔 프론트에서 “한국 할머니 세 분이 동료를 잃어버렸다고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호텔은 놀랍게도, 저희가 묵은 호텔 바로 옆에 있던 곳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분명히 눈을 뜨고 있었지만, 호텔 앞을 지나가면서도 자기 숙소였다는 것을 보지 못하셨던 것입니다.
이 사건은 제게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듣고, 선교의 이야기를 듣지만 정작 거듭나지 않으면, 복음을 향한 진정한 눈이 뜨이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이 흘러 지나가는 풍경이 될 뿐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선교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예배 시간에도, 훈련 모임에서도 우리는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내가 선교를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하겠지 라며 남의 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수님께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을 보며 “누가 죄를 지어서 저렇게 되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이 사람만 눈이 먼 것이 아니다. 너희도, 세상을 보는 눈이 가려져 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그 누구의 죄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 사람을 통해 일하시고자 하심”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고난과 불행이 단지 벌이나 심판이 아니라, 하나님의 목적과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뜻을 보는 눈이 열려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은 단지 자기만 구원받고 예배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 구원이 흘러가야 할 통로가 되는 것, 그 예배가 모든 민족에게서 울려 퍼지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우리 모두 복음이 절대 내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복음이 흘러가도록 쓰임 받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