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67 말씀을 따라 떠나는 사람

  • 관리자
  • 2026.07.28 14:52

본문: "이에 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갔고 롯도 그와 함께 갔으며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에 칠십오 세였더라 아브람이 그의 아내 사래와 조카 롯과 하란에서 모은 모든 소유와 얻은 사람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떠나서 마침내 가나안 땅에 들어갔더라 아브람이 그 땅을 지나 세겜 땅 모레 상수리나무에 이르니 그 때에 가나안 사람이 그 땅에 거주하였더라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 이르시되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 하신지라 자기에게 나타나신 여호와께 그가 그 곳에서 제단을 쌓고 거기서 벧엘 동쪽 산으로 옮겨 장막을 치니 서쪽은 벧엘이요 동쪽은 아이라 그가 그 곳에서 여호와께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더니 점점 남방으로 옮겨갔더라"(창 12:4-9절)

 

이 구절은 아브람의 인생 전환점이자, 창세기 전체에서 매우 중대한 순종의 장면입니다. 앞서 창세기 12:1–3에서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는 명령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12:4에서는 그 말씀에 대한 아브람의 반응이 “이에…”라는 접속어로 이어집니다. ‘이에’(וַיֵּלֶךְ, vayelekh)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신속하고 의도적인 순종을 나타냅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아브람의 순종 사이에 어떤 망설임이나 타협도 없습니다. 이것은 히브리 문학에서 종종 ‘이야기의 전환점’을 강조할 때 쓰이는 서술 기법이며, 믿음이란 결국 ‘말씀을 듣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창세기 12:4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아브람의 즉각적인 순종을 강조합니다. 히브리어 원문에서 '따라갔다'(וַיֵּלֶךְ)라는 표현은 능동적이고 결단력 있는 움직임을 나타냅니다. 그는 말씀을 듣고 따졌거나 미뤘다는 흔적 없이 떠납니다. 아브람의 순종은 단지 감정적인 반응이 아니라, ‘말씀’이라는 분명한 기준에 근거한 믿음의 선택이었습니다. 이 구절은 성경 전체에서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매우 강력한 정의 중 하나로 읽힙니다. 즉, 아브람의 순종은 말씀에 근거한 믿음의 순종이었다고 성경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브람의 순종이 믿음의 결단이었음을 당시 상황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 고대 근동에서는 가족과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삶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 보호, 생계 기반을 모두 내려놓는 일이었습니다. 아브람이 떠난 ‘하란’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중요한 교역 도시 중 하나로,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곳이었습니다. 이미 우르(현 이라크 남부)에서 하란으로 한 번 이주했던 아브람은, 익숙한 정착지를 떠나 다시금 미지의 땅 가나안을 향해 나아가야 했습니다. 혈족 중심, 신 중심, 토지 중심의 문화에서 한 곳을 떠난다는 것은 곧 자신의 신, 가족, 조상의 유산을 버리는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익숙하고 안정된 삶을 뒤로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이끄는 미지의 길로 나아가는 것으로 상상 이상으로 용기 있는 결단이었습니다. 

 

특히 당시의 신 개념은 특정 장소에 제한되어 있었기에, 어떤 땅에서 떠나 새로운 땅으로 간다는 것은 단지 이사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여호와 하나님은 공간에 제한받지 않고, ‘내가 보여줄 땅’으로 부르십니다. 신들은 특정 지역과 연관되었던 당시의 신 개념에서, 하나님은 “보여줄 땅”으로의 이동을 명령하셨고 이 명령은 당시로서는 신앙의 혁명과도 같았습니다. 이는 여호와 하나님이 모든 땅의 주인이심을 선언하는 장면이며, 아브람이 따르는 이 하나님은 단지 지역 신이 아니라 온 우주의 하나님이라는 구속사적 전환을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고 말씀이 아브람을 인도하셨음이 분명하다고 해서 아브람의 결단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람의 결단을 사용하셔서 아브람의 여정을 시작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일하심은 고백을 통해 드러나며 아브람의 고백은 이런 하나님의 역사를 잘 보여줍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을 처음 읽게 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라는 불확실하고 힘든 길을 지나며 '떠남'의 의미를 몸으로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즉 출애굽 이후 광야를 지나던 이스라엘 백성은 이 장면에서 자신의 상황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아브람의 여정은 단순한 조상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자신들의 삶을 해석하는 렌즈였을 것입니다. 광야에 서 있는 모세와 이스라엘은 자신들도 아브람처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야 할 존재임을 이 말씀을 통해 인식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본문을 통해 “우리도 떠났고, 우리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하나님은 아브람을 인도하셨듯 우리도 인도하실 것이다”라는 신뢰를 가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메시지가 주어집니다.  오늘날 우리는 물리적 하란을 떠나지는 않지만, 심리적·영적 하란에 머물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머무르라’고 말합니다. 익숙한 것을 놓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믿음은 ‘떠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익숙함, 안락함,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삶의 구조 속에 머물고자 하는 본능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지금도 “떠나라”고 말씀하십니다. 익숙함보다 말씀이 기준이 되길 원하십니다. 그리고 정해진 목적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인도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기준이 되는 삶, 그것이 곧 믿음의 삶입니다. 이 구절은 우리가 말씀을 듣고도 행동하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은 지를 되돌아보게 하고, 다시금 ‘말씀을 따라가는 인생’이 얼마나 복 된 것인 지를 일깨워줍니다. 

 

한 작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진짜 믿음은 모든 설명이 끝난 뒤가 아니라, 질문이 끝나지 않았을 때 시작된다.” 아브람의 믿음이 바로 그랬습니다. 그는 모든 답을 가지고 떠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하나만 붙잡고 길을 나섰습니다. 

어느 교회 집사님의 간증이 떠오릅니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선교사의 길을 걷게 되었을 때, 그는 하나님께 이렇게 물었습니다. “주님, 이제 제 앞길은 누가 책임지나요?” 그때 하나님은 말씀하셨답니다. “이전까지는 네가 책임졌느냐?” 믿음이란, 통제권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손에 삶을 맡기는 여정입니다. 우리는 종종 ‘언제 떠나야 하나?’를 고민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말씀이 임했을 때 내가 움직일 수 있는가?’입니다. 믿음은 준비된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부르심에 따라 순종의 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본문을 통해 역사의 시간을 넘어 한 사람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이십니다. 그분은  아브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떠났듯,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여 하늘 영광을 떠나 인간의 세계로 내려오셨습니다(빌 2:6-8). 그리고 아브람의 순종은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을 예표하며, 그 순종을 통해 모든 믿는 자들이 복을 누리게 되는 언약의 토대를 마련합니다(롬 5:19). 또한, 아브람의 순종이 믿음으로 의로 여겨졌듯(창 15:6), 오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을 믿음으로 받아 의롭다 하심을 얻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새로운 한날이 주어졌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결정을 앞두고 있을 수 있습니다. 혹은 어떤 상황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명확히 들렸지만, 그 말씀을 따라가는 것이 두렵고 막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은 떠나라 하셨을 때, 이미 그 길의 끝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오늘 하루, 한 걸음만 내디뎌 보십시오. 그 걸음이 아무리 작아 보여도, 믿음의 방향이라면 하나님께서 책임지십니다. 당신의 '예'라는 응답이 당신의 인생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인생까지 바꾸게 될 것입니다. 오늘, 그 첫 걸음을 하나님과 함께하는 걸음이 될 수 있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묵상 질문

1. 아브람은 무엇을 확신하며 떠났고, 무엇은 확신하지 못했을까?

2. 나는 지금 어떤 ‘하란’에 머무르고 있는가?

 

적용 질문

1. 하나님께서 떠나라고 말씀하신 자리는 어디인가요?

2. 말씀 앞에서 내가 내려놓아야 할 익숙함은 무엇인가요?

 

묵상 기도

하나님, 내가 익숙한 삶에 머무르지 않고 말씀을 따라 걷게 하소서.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아도, 주님이 부르시면 믿음으로 반응하게 하소서. 오늘도 ‘따라갔다’는 말씀이 내 삶의 고백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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