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73 위기 앞의 신앙: 기근과 선택(10절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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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05 13:56

본문: "그 땅에 기근이 들었으므로 아브람이 애굽에 거류하려고 그리로 내려갔으니 이는 그 땅에 기근이 심하였음이라 그가 애굽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그의 아내 사래에게 말하되 내가 알기에 그대는 아리따운 여인이라 애굽 사람이 그대를 볼 때에 이르기를 이는 그의 아내라 하여 나는 죽이고 그대는 살리리니 원하건대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 그러면 내가 그대로 말미암아 안전하고 내 목숨이 그대로 말미암아 보존되리라 하니라 아브람이 애굽에 이르렀을 때에 애굽 사람들이 그 여인이 심히 아리따움을 보았고 바로의 고관들도 그를 보고 바로 앞에서 칭찬하므로 그 여인을 바로의 궁으로 이끌어들인지라 이에 바로가 그로 말미암아 아브람을 후대하므로 아브람이 양과 소와 노비와 암수 나귀와 낙타를 얻었더라 여호와께서 아브람의 아내 사래의 일로 바로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신지라 바로가 아브람을 불러서 이르되 네가 어찌하여 나에게 이렇게 행하였느냐 네가 어찌하여 그를 네 아내라고 내게 말하지 아니하였느냐 네가 어찌 그를 누이라 하여 내가 그를 데려다가 아내를 삼게 하였느냐 네 아내가 여기 있으니 이제 데려가라 하고 바로가 사람들에게 그의 일을 명하매 그들이 그와 함께 그의 아내와 그의 모든 소유를 보내었더라"(창세기 12:10-20절)

 

오늘 본문은 우리가 기대하지 않은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그 땅에 기근이 들었으므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밟은 약속의 땅이었으나, 아브람이 마주한 첫 현실은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가 아닌 혹독한 ‘기근’이었습니다. 창세기 12:4-9에서 보여준 찬란한 순종의 여정 뒤에 곧바로 찾아온 이 결핍의 상황은 우리에게 신앙의 냉혹한 현실을 직면하게 하며, 신앙의 여정이 결코 평탄한 대로만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그려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했다고 해서 인생의 모든 장애물이 즉각적으로 제거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그 순종의 자리 자체가 가장 치열한 시험대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본문은 아브람이 그 땅에 거류하려고 애굽으로 내려갔음을 가감 없이 정직하게 기록하며 인간의 연약함을 노출합니다. 여기서 ‘내려갔다’(וַיֵּרֶ드, vayyered)는 히브리어 표현은 단지 지리적인 고도 차이나 남쪽으로의 이동만을 의미하는 물리적 서술이 아닙니다. 이는 언약의 약속이 머무는 거룩한 곳에서 생존의 논리와 인본주의적 가치가 지배하는 낮은 곳으로 향하는 아브람의 영적 하강과 침체를 암시하는 중의적인 문학적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기근이라는 현실적 위협 앞에서 그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묻는 기도의 시간을 생략한 채, 당장의 굶주림을 해결할 자구책을 서둘러 선택하며 약속의 궤도를 이탈했습니다.

 

고대 근동의 지리적 환경에서 가나안은 전적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존해야 하는 ‘천수답’의 땅이었으나, 애굽은 나일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기근 시기에도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 가능한 피난처로 여겨졌습니다. 아브람에게 가나안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매 순간 신뢰해야만 살 수 있는 ‘전적인 의존의 땅’이었고, 애굽은 인간의 기술과 지형적 이점을 활용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자급의 땅’이었습니다. 아브람은 지금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 것인가, 아니면 눈에 보이는 제국의 풍요를 따를 것인가라는 거대한 두 세계관 사이의 갈림길에서 치명적인 선택을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처음 읽었을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브람의 이 ‘내려감’의 서사 속에서 자신들의 부끄러운 투영된 모습을 발견했을 것입니다. 만나와 메추라기가 조금만 부족해도 곧장 애굽의 고기 가마 곁을 그리워하며 모세를 원망했던 그들에게, 조상 아브람의 기근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들이 처한 매일의 결핍을 해석하는 거울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의 기근을 통해, 약속의 땅을 차지하는 결과론적인 성취보다 그 땅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는 과정의 믿음을 먼저 가르치고자 하셨음을 광야 세대는 깨달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기근'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성경에 기록된 기근은 하나님의 부재나 방관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의 백성을 성숙하게 만드시는 하나님의 적극적이고 세밀한 연단 도구라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은 환경의 풍요와 안락함에 의해 그 정체성이 규정되지 않고,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통치자의 다스림에 절대적으로 순복하는 태도에 의해 그 진가가 규정됩니다. 아브람이 기근 중에도 가나안에 머물렀다면 그는 땅을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신실한 약속을 몸으로 살아내는 제사장이 되었겠지만, 애굽으로 향함으로써 그는 잠시 언약적 시야에서 이탈하여 방랑하는 나그네의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한 형태의 ‘기근’이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곤 합니다. 경제적인 결핍, 예기치 못한 질병, 관계의 가뭄, 혹은 영혼의 메마름이 우리를 엄습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하신 자리를 묵묵히 지키기보다 익숙한 해결책과 세상적 위로가 있는 ‘나만의 애굽’으로 서둘러 내려가려 합니다. 신앙은 모든 것이 풍족하고 평안할 때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결핍의 한복판에서 우리의 발걸음이 어디를 향해 내딛느냐에 따라 그 진실함이 증명됩니다.

 

한 개혁주의 신학자는 "기근은 하나님의 침묵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가장 강렬한 음성이다"라고 통찰력 있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모든 자원이 끊어지는 결핍을 느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를 진정으로 채우시는 분이 누구인지를 뼈저리게 깨닫는 은혜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아브람처럼 그 고통의 음성을 영적으로 해석하기 전에 육신의 발을 먼저 움직인다면, 우리는 기근보다 더 무서운 영적 혼란과 불신앙의 늪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본문에 나타난 아브람의 '거류하려 함'(לָגוּר)은 영구적 정착이 아닌 임시적 방편이라는 자기 합리화가 담겨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잠시만 머물다 오겠다고 스스로를 속였을지 모르나, 성경은 그 작은 신앙적 타협이 언약 가문의 존립을 흔드는 얼마나 거대한 파장을 불러오는지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본문은 오늘날의 독자들을 아브람과 함께 ‘결핍의 세계’로 초대하여 그곳에서 인간의 수단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법을 배우도록 도전합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광야에서 동일하게 혹독한 기근(굶주림)의 시험을 받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대조적으로 바라보게 하며 복음의 소망을 제시합니다. 둘째 아담이신 그리스도께서는 40일간의 굶주림 속에서도 돌을 떡으로 만드는 ‘애굽의 방식’을 단호히 거부하시고, 오직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셨습니다. 아브람은 현실의 떡 앞에서 실패했으나, 우리의 참된 아브라함이신 예수님은 기근 속에서도 온전한 순종을 완성하심으로 우리에게 생명의 양식을 공급해 주셨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 찾아온 피할 수 없는 기근은 무엇입니까? 그 결핍 앞에서 우리의 마음은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애굽의 지도를 펼치고 있습니까? 당장 눈에 보이는 화려한 해결책이 있는 애굽으로 내려가고 싶은 강렬한 유혹이 들지라도, 오늘 하루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약속의 땅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불러보십시오. 주님은 기근 속에서도 우리를 먹이시고 입히실 뿐만 아니라, 그 고난의 터널을 통해 당신을 정금 같이 빛나는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백성으로 빚어가실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한 날이 우리를 빛어가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복된 날이 될 수 있기를 예수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묵상 질문]

1. 아브람이 기근이라는 현실적 압박 앞에서 하나님의 뜻을 묻는 과정을 생략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2. 나는 기근과 같은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의 약속이라는 영적 자산보다 당장 손에 잡히는 세상적 대안을 더 신뢰하지는 않습니까?

 

[적용 질문]

1. 현재 내 삶에서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의심하게 만들거나 약속의 자리를 떠나게 만드는 '실제적인 기근'은 무엇인가요?

2.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내가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려 하는 '세상적인 애굽의 방식'이나 '인간적인 편법'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어보십시오.

 

[묵상 기도]

 주님, 인생의 가뭄이 찾아올 때 내 발걸음이 약속의 땅을 이탈하지 않게 하시고, 결핍보다 크신 주님의 공급하심을 신뢰하는 담대함을 주옵소서. 환경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위기 속에서 더욱 주님의 주권적인 통치를 찬양하는 견고한 믿음의 사람으로 서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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